자본주의 시대에서 뇌본주의 시대로(25년 12월 7일)

우리는 현대사회를 흔히 자본주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요즘 사회를 설명하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물질적 자본이 중심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뇌본주의(Brain Capitalism)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돈’이 필요했습니다. 자본이 있어야 기회를 만들 수 있었고, 자본의 크기가 곧 영향력의 크기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뇌본주의 시대에서 자본은 더 이상 돈이나 물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상상력, 지식이 새로운 자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가진 사람이 큰 부를 축적했지만, 오늘날에는 지식, 창의성, 상상력이 훨씬 더 빠르게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011년 세상을 떠난 기업가 스티브 잡스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생각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었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자본주의에서 뇌본주의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탄절 역시 상업적 요소에 깊이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상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달과 문화의 변화까지 더해지며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뇌본주의 시대의 상징처럼 떠오른 기술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입니다. 이는 컴퓨터가 만들어낸 세계에 사용자를 완전히 몰입시키는 기술로, 심지어 예수님의 탄생 현장 속으로 들어가 목자나 동방 박사, 혹은 헤롯 왕의 관점에서 사건을 체험하는 콘텐츠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신앙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12월 하면 대부분 성탄절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성탄절을 맞이하기에 앞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절기가 있습니다. 바로 대강절(Advent)입니다. 대강절은 그저 성탄절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상술과 소비문화에 빼앗긴 성탄의 의미를 되찾고, 경건하게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절기입니다.
뇌본주의 시대의 화려한 기술과 빠른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대강절을 통해 성탄의 본질을 회복해야 합니다. 세상이 만들어내는 자극과 상업성에 묻히지 않고,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예수님의 탄생을 다시 마음 깊이 기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