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동네나 도시 가운데 또는 공원이나 교회 옆에 공동묘지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을 처음 방문한 분들이 의아해서 질문하기를 어떻게 교회 옆에 동네 가운데와 도시 가운데 공동묘지가 있느냐, 공동묘지로 인하여 혐오스럽지 않느냐? 이런 질문에 기독교의 신앙은 죽음이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미국에 살면서 생각해보세요. 한적한 곳에 호화로운 개인묘지를 조성한 곳이 있는가? 절대 발견할 수 없습니다. 누구든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공동묘지에 안장하기 때문에 이 묘지를 혐오스럽게 여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왜 묘지문제를 칼럼에 쓰는가, 이번 한국을 다녀오면서 독특한 문화를 다시 발견하였습니다. 부모는 살아생전 효도해야 올바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가 묻혀있는 무덤에 많은 투자를 하는 새로운 문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죽은 자는 자신을 어디에다 어떻게 치장해서 묻혔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산마다 고속도로 주변 산마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많은 돈을 드려서 무덤을 호화롭게 꾸며 놓고 성역화한 무덤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죽은 조상의 묘지를 성역화 하는 것도 좋지만 경치 좋은 산에 조성해논 묘지가 마치 원형 탈모된 뒷머리 같이 주위 경관을 망쳐 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살기 힘들 때에는 조상들의 묘지에 관심 없다가 생활이 부요해지면서 조상들의 묘지를 꾸며 자신들의 부요와 힘을 과시하려는 졸부들의 행위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이제는 이런 과시 문화에서 벗어나 망자를 추모하며 내 모습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후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죽은 자는 멀리 멀리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우리들 곁에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 부를지라도 아멘으로 답할 수 있는 모두가 되시기 바랍니다.